6화. 마음은 홈런공

2026년 5월 18일 월요일, '잼이야기' 카테고리에 게시된 글입니다. 제목 : 6화. 마음은 홈런공...

목표를 이루려면 우선 고등학교 졸업장은 있어야 겠더라구요. 

뜻이 생기니 보이는 길들도 많아졌어요.

아버지 반대로 공민학교는 포기했지만 대신 검정고시란 게 있다는 걸 알게 되었거든요.

공장에서 퇴근하면 학원으로 달려가는 생활이 시작되었고 노트와 필기구를 사느라 

차비가 없어 마라톤 선수처럼 3킬로나 되는 거리를 뛰어 다녔어요. 

그렇게 학원에 도착하면 졸음이 쏟아지고 몸은 젖은 글러브처럼 무거웠지만 

마음은 홈런공처럼 기쁨으로 날아올랐어요. 

돈도 시간도 아껴야 했기에 남들은 3년 동안 하는 중학교 과정을 저는 넉 달만에 

준비해야 했답니다.

그래서 마지막 한 달은 공장을 그만두기로 결심했죠.

예상대로 아버지는 펄쩍 뛰셨어요.

분수도 모른다고 당장 손찌검이라도 날아올 기세였어요.

그런데 아버지 앞을 막아선 건 어머니였어요. 

부모로 우리가 해 준 게 뭐가 있어 큰소리냐구요.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맞서는 걸 그때 처음 보았어요.

속곳이라도 팔아줄 테니 공부하라는 어머니 덕에 결국 저는 고입 검정고시 합격증을 받아 들 수가 있었습니다.

공부에 맛을 들인 제가 이번엔 고등학교 졸업장을 따려고 단과학원을 기웃거리자

아버지는 그 쪽으론 아예 발길을 돌리지 못하게 하셨어요.

다음 취직자리가 날 때까지 자신이 하는 시장 청소부 일이라도 하라고 새벽부터 저를 깨우셨지요.

몸이 힘든 것보다 부끄러움과 절망이 저를 괴롭혔어요.

특히 교복 입고 등교하는 여학생과 눈이 마주치면 리어카 밑으로 숨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다감한 나이에 지키고 싶던 작은 자존심마저 가난은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석 달 만에 그만둔 글러브 공장으로 다시 돌아갈 수 밖에 없었어요.

중학교 졸업장을 땄다고 내 앞의 세상이 갑자기 달라지는 건 아니더군요.

근무시간엔 야구 글러브를 만들고, 쉬는 시간엔 권투 글러브를 낀 채, 

여전히 돈은 돈대로 뺏기고 상처와 굴욕은 고스란히 받는 생활이 이어졌지요.

그렇게 되고 싶었던 관리직의 맨얼굴도 보게 되었어요.

교양있고 여유로운 얼굴 뒤에 감춰진 위선을요.

그 때 알았어요.

부당함과 폭력이 없어지려면 뒤에서 방관하고 부추기는 사람이 사라져야 한다는 걸 말이에요.

이직의 기회는 늘 제가 못견뎌서가 아니라 공장이 문을 닫아 생기게 될 때가 많았답니다.

몸도 마음도 상처투성이였던 권투 시합에서 놓여나 새롭게 옮긴 곳은 시계 만드는 곳이었어요.

일대에선 세 손가락 안에 드는 큰 공장이었지요.

여전히 발돋움을 해도 남의 이름을 달고 들어가야 하는 열여섯의 소년공이었지만

이번엔 제대로 된 공장같아 기뻤어요.

게다가 저는 거기서 고입 검정고시 학원에 같이 다녔던 친구와 재회도 했거든요.

그 친구 덕분에 꺼져가던 공부에 대한 불씨가 다시 살아 났어요.

우리는 손가락을 걸었죠. 반드시 대학까지 가서 함께 여기를 벗어나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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