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마법같은 시간

2026년 5월 18일 월요일, '잼이야기' 카테고리에 게시된 글입니다. 제목 : 2화 마법같은 시간...

어머니는 아무리 힘들어도 남에게 폐를 끼치고 신세를 지며 사는 것을 싫어하셨어요.

형편대로 살 수밖에 없었던 우리 형들은 초등학교를 나오고 나서 남들처럼 중학교에 갈 수가 없었지요. 큰형은 매일 자기보다 큰 지게를 지고 땔나무를 하러 다녔고, 일이 서툰 둘째 형은 집에서 책만 읽고 있었어요.

그런 형들을 안타까워한 어머니는 이듬해 어떻게 해서든 둘째 형만이라도 중학교에 보내 주기로 했고, 학교까지 타고 다닐 자전거도 사주셨어요.

덕분에 저도 신이 나서 형의 자전거가 탈이 나면 고쳐주는 전담 정비공이 되었답니다. 펑크 난 타이어 튜브를 때우고, 끊어진 체인을 잇고, 자전거 휠을 바로 잡는 일들을 제법 잘했거든요.

가난한 집 아이들은 또래보다 빨리 어른이 되는 법이죠.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찾고, 가질 수 없는 것은 일찍 단념할 줄 알게 된답니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되었지만 수학여행도 저에게는 먼 나라 꿈같은 이야기였어요. 화전민이 사는 우리 집을 찾아 담임 선생님이 두 시간 산길을 꼬박 걸어와 어머니를 설득시키기 전까지는 말이에요.

수학여행비를 못 내는 아이들만 두고 갈 수 없었던 선생님은 교장 선생님과 의논해 우리에게 여비를 마련할 일을 시켜주셨던 거랍니다.

처음 신어본 운동화에, 처음 나가 본 안동 시내에서, 처음 기차란 걸 타고 도착한 경주 수학여행은 산골 소년에게 태어나 처음 해 보는 것투성이의 마법 같은 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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