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전관예우’ 실태 점검 나선다…방지방안 연구용역 착수

국세청이 이른바 ‘전관예우’ 의혹의 실체를 파악하고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세청 감찰담당관실은 지난 18일 나라장터에 ‘전관예우 방지 관련 연구’ 용역을 공고했으며, 예산은 3천만원, 연구는 올해 11월 말 완료될 예정이다. 이번 조치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전관 로비·예우 문제에 대한 지적이 나온 데 따른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대형 로펌 패소율 낮아야 하는데, 오히려 높다”
국세청이 용역을 발주한 배경에는 조세 소송 성적의 ‘편차’가 있다는 설명이 붙었다. 제안 요청서에서 국세청은 “대형 로펌을 상대로 한 국세청의 패소율이 국세청 조세 소송 평균 패소율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밝히며, 이 과정에서 전관예우가 작용하고 있는지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적시했다.
또한 국세청은 연구를 통해 퇴직 공무원이 대형 로펌에서 받는 보수가 공직 당시 받은 보수에 비해 월등히 상승하는 현상과 같은 정황이 실제 전관예우로 이어지는지 가능성을 점검하겠다는 계획이다. 즉, 단순한 ‘의혹’ 수준을 넘어 제도·현상 간 연결 고리를 확인해 보겠다는 접근이다.
법·제도 분석과 인터뷰…해외 사례도 반영
용역은 전관예우를 막기 위해 현재 적용 중인 관련 법령과 제도를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국세청은 공직자윤리법, 이해충돌방지법, 청탁금지법, 변호사법 등 여러 규정의 작동 방식과 한계를 살펴보고, 전문가 인터뷰 및 다른 기관·해외 제도 사례를 중심으로 방지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국세청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국정감사 지적을 반영해 현황을 파악하고, 필요할 경우 제도 개선의 실마리를 찾기 위한 취지다. 앞서 국정감사 과정에서 전관예우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졌고, 국세청은 그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국감에서 제기된 수치들…승소율 ‘격차’ 논쟁
이번 용역 발주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나온 구체적 의혹과 맞닿아 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국정감사에서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은 국세청의 전관예우·전관 로비 문제를 지적했다. 최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국세청은 최근 5년간 조세 불복 소송에서 약 90% 수준의 승소율을 기록했지만, ‘6대 로펌’과의 소송에서는 승소율이 77.4%로 낮아졌다고 한다. 특히 김앤장을 상대로 한 100억원 이상 대형 사건의 경우에는 승소율이 50%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대해 당시 국세청장은 전관의 영향 가능성에 대해 “영향받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소송 자체가 법원이 판단하는 구조인 만큼 국세청 전관이 크게 개입할 여지는 제한적이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시에 그는 대형 로펌에는 유능한 변호사가 다수 포진해 있지만, 국세청은 예산 여건 때문에 외부의 유능한 변호사 채용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경제부처 전반의 ‘재취업’ 문제도 함께 거론
전관예우 논란은 국세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최은석 의원은 경제 부처 전반에서 퇴직자가 대형 로펌으로 이동해 고액 연봉을 받는 사례가 늘었다고 문제 삼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최 의원이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인용해 분석한 결과, 2016년부터 최근까지(작년 7월까지) 금융감독원·국세청·한국은행·공정거래위원회·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 등 6개 경제부처 출신 퇴직자 중 6대 대형로펌에 재취업한 인원은 297명에 달했다.
또 출신 부처별로는 국세청 출신의 평균 연봉 증가율이 350.4%로 가장 높았고, 금융위 335.2%, 공정위 237.3%, 기재부 188.2%, 한은 153.4%, 금감원 93.6% 순으로 나타났다는 설명이 덧붙었다. 다만 연봉 상승 자체가 곧바로 전관예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이번 연구용역이 ‘제도적 결함’과 ‘의사결정의 영향 가능성’을 어떻게 구분해낼지 관심이 쏠린다.
연구 결과 이후, 제도 손질과 책임 범위가 관건
국세청의 연구용역은 오는 11월 말까지 진행될 예정이며, 결과에 따라 이해충돌 방지 장치의 보완이나 퇴직자-대형 로펌 간 접점 관리 방식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연구가 ‘보수 격차’ 같은 정황에만 머무르지 않고, 공직 당시 영향력 행사 여부와 이해충돌 가능성을 입증하거나 배제하는 데까지 도달할지가 핵심이다.
향후 국세청이 어떤 방지 방안을 제시하고, 이를 어떤 형태로 제도화할지(가이드라인 신설, 내부 통제 강화, 법령·절차 개선 건의 등)도 관전 포인트다. 아울러 경제부처 전반으로 번진 전관 논란이 이번 연구를 계기로 더 넓은 범위의 점검으로 이어질지 여부도 주목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