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 대사 후보 지명자 “쿠팡 등 美기업 차별 없게 챙기겠다”…무역·투자 투명성도 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명한 미셸 스틸(한국명 박은주) 주한 미국대사 후보자가 20일(현지시간) 미 연방 상원 외교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한국 내 미국 기업이 차별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문회에서 스틸 후보자는 쿠팡을 포함한 한국에서 활동하는 미국 기술기업이 제기되는 우려를 언급하며 “인준을 받는다면 그 점을 분명히 챙기겠다”고 답했다.
이번 발언은 한미 간 통상·안보 합의에 대한 이행 점검과 함께, 한국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 환경을 둘러싼 감시 강화로 해석된다. 동시에 비관세 장벽, 농산물 무역, 대미 투자 계획의 투명성 등 굵직한 의제들도 청문회에서 다뤄졌다.
“동등 대우” 강조…쿠팡 등 미국 기업 우려에 답변
스틸 후보자는 상원 외교위 인사청문회에서 쿠팡 등 한국에서 활동하는 미국 기업이 차별받아선 안 된다는 일부 의원들의 요청에 “챙겨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한미 정상 간 통상·안보 합의 내용이 담긴 조인트 팩트 시트(공동 설명자료)를 거론하며, 해당 문서가 “미국 기업이 차별받지 않으며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을 것임이 명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틸 후보자는 “미국에 있는 모든 한국 기업이 (미국 기업과) 동등한 대우를 받는 만큼, 한국에 있는 미국 기업들도 한국 기업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미 관계에서 시장 접근성과 규범 준수의 상호성을 전면에 내세운 발언으로, 대사 직무의 관찰자·조율자 역할을 강조한 것으로도 읽힌다.
비관세 장벽·농산물 TRQ 문제…“인준되면 논의”
청문회에서는 통상 의제가 함께 다뤄졌다. 피트 리게츠(공화·네브래스카) 의원은 미국 농산물에 대한 한국의 비관세 장벽과 미국산 대두 저율관세할당(TRQ) 물량 축소 문제를 거론하며, “비관세 장벽 완화” 약속이 지켜지도록 신경 써 달라고 당부했다.
스틸 후보자는 인준이 이뤄지면 한국 정부 및 관련 무역 현안을 담당하는 관계자들과 직접 논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어떤 협의 채널을 통해 접근할지에 대한 세부 계획은 제시되지 않았지만, ‘대사 후보’ 단계에서부터 농산물 무역 이슈를 정면으로 다룬 셈이다.
대미 투자계획 3500억달러…“재원·용처 확인”과 투명성 요청
또 다른 핵심 쟁점은 한미가 합의한 대미 투자 계획(약 3천500억달러 규모)의 구체성 문제였다. 스틸 후보자는 해당 계획이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그것이 정확히 어디서 나오는지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는 투자 재원, 이행 방식, 구체적 일정 등을 놓고 의문이 남아 있다는 인식이 반영된 발언으로 풀이된다.
진 샤힌(민주·뉴햄프셔) 의원은 3천500억달러의 “구체적 용처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하면서, 관련 정보를 상원 외교위원회와 투명하게 공유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스틸 후보자는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아울러 스틸 후보자는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가 500억달러를 넘는 상황을 언급하며, 인준될 경우 미국의 대(對)한국 수출을 늘리는 방안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투자 확대’뿐 아니라 ‘수출 확대’라는 관점까지 포함한 균형 잡힌 통상 접근을 예고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 동맹·북한 실향민 가족사 언급…“인도태평양 보호”
청문회에서 안보 분야 역시 빠지지 않았다. 제임스 리시(공화·아이다호) 위원장은 남북한의 정치·사회·경제 격차를 언급하며 스틸 후보자의 견해를 물었다. 스틸 후보자는 자신의 부모가 북한 실향민 출신임을 거듭 언급하며 “북한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통받는지 우리 모두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 일본, 한국 간의 매우 강력한 동맹이 필요하다”며 그 이유를 “한국을 보호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 전체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틸 후보자는 모두발언에서도 “70년 넘게 이어져 온 (미국과) 한국의 동맹을 강화함으로써 (나의) 헌신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으며, 주한미군 2만8천500명을 주축으로 한 공동 방위태세와 미국의 확장 핵 억지력을 언급하며 “철통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준 절차 남아…무역·투자 공약의 실행력이 관건
현재 스틸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를 통과해 외교위와 상원 전체회의에서 인준안이 가결돼야 대사로 부임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스틸 후보자를 주한 미국대사로 지명했으며, 현 주한대사 자리는 전임 바이든 정부에서 임명된 필립 골드버그 전 대사가 작년 1월 이임한 이후 1년 넘게 공석이었다.
앞으로는 청문회에서 제기된 ‘차별 금지’와 ‘비관세 장벽 완화’, 그리고 한미 합의 투자 계획의 구체성·투명성이 실제 정책 협상에서 어떤 형태로 반영되는지가 관전 포인트로 보인다. 특히 스틸 후보자가 약속한 “동등 대우”가 통상 조항과 기업 운영 환경에 어떤 실질적 변화를 가져올지, 또 농산물 TRQ 및 수출 확대 논의가 후속 협의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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