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산 넘어 산

2026년 5월 18일 월요일, '잼이야기' 카테고리에 게시된 글입니다. 제목 : 7화. 산 넘어 산...

그러나 제대로 된 공장이라고 좋아했던 그곳에서도 공부하는 소년공들은 환영받지 못했어요.

대입 검정고시 학원에 나란히 등록한 친구와 제가 쉬는 시간에 책이라도 펼칠라치면 

반장과 동료들은 고깝게 여겼어요.

자신들이 공돌이답다고 생각한 행동이 아니었으니까요.

그런다고 쉽게 포기할 수는 없었죠. 어떻게 하면 방해받지 않고 공부할 시간을 조금이라도 만들 수 

있을까 궁리하다 도금실이나 락카실을 자원하게 되었어요.

간혹 누군가에겐 지옥이 천국이 되기도 하지요.

독성이 강한 약품을 쓰기 때문에 남들은 다 피하는 곳이었지만 밀폐된 공간에서 

혼자 작업하는 곳이라 틈틈이 책보기엔 딱이었어요.

독한 약품 때문에 코가 헐어가며 공부를 하다가 더 이상은 못하겠다 생각한 것은 

공장보단 오히려 집 때문이었어요. 

밤늦게 공부하면 아버지가 전기세 아깝다고 불을 꺼버리기 일쑤였거든요.

싫은 소리 들으며 겨우 받는 학원비도 언제 끊길지 모르는데 합격한들

대학이라도 갈 수 있을까 앞이 캄캄했어요.

그러나 어둠이 깊으면 한 줄기 빛도 잘 보이는 법이죠.

돈이 없어 학원을 그만두려는 저에게 원장님이 공짜로 다니라고 하시는 거에요.

공부하고 싶은 사람은 해야지 하시면서요.

그때 생각했습니다.

저도 나중에 힘든 사람의 손을 잡아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구요.

인생의 험한 구비마다 만났던 고마운 선생님들처럼요.

남들보다 뒤처진 시간을 채우려 몸을 혹사시킨 대가로 대입 검정고시는 무난히 통과했어요.

그러나 한 언덕을 넘었다고 다음 길이 꽃길이 되는 건 아니었어요.

대학에 가기 위해 다시 예비고사를 쳐야했는데 반년도 안 남은 그 기간에

공부에만 몰두하는 건 너무 큰 사치였죠.

다시 취직을 하지 않으면 학원비는 바랄 수 없는 처지였으니까요.

설상가상 갑자기 과외 금지령까지 내려졌어요.

나같은 사람도 남들이 명문이라고 하는 대학에 붙으면 과외를 하며 

학비를 벌 수 있다는 말만 믿고 있었는데 말이죠.

게다가 직장생활 3년 이상 다닌 검정고시 합격자는 예비고사 면제를 받을 수 있다는데

그것조차 저는 해당 사항이 안 되는 거였어요.

제 이름으로 다닌 공장이 없었기 때문이죠.

대학에 합격해 본들 학비 낼 길은 난감하고 

모든 걸 걸었던 공부에서 길을 잃어버리자 

공장에서 다친 아픈 곳들이 아픈 마음만큼 비명을 질러대더군요.

더 이상 살기가 싫어질 만큼요.

결국 절망감에 사로잡혀 저는 어리석은 일까지 저질렀어요.

연탄불을 피우고 수면제를 대량으로 털어먹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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