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유세 과정에서 한 어린이에게 ‘오빠’라고 부르라고 말한 장면이 논란이 되자, 정 대표가 3일 공식 사과했다. 국민의힘은 이를 강하게 비판하며 “아동 성희롱”까지 거론했지만, 민주당은 “아이와 부모에게 송구하다”는 입장을 내며 파장을 진정시키는 데 주력했다.
유세 현장서 ‘오빠’ 호칭 요구…공개 영상이 쟁점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 대표는 이날 부산 구포시장을 찾아 하정우 후보 지원 유세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정 대표는 유세 중 만난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에게 “몇 학년이에요? 여기 정우 오빠, 오빠 해봐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히며 논란의 불씨가 됐다.
국민의힘은 해당 발언이 어린이에게 특정 호칭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62세 정 대표와 50세 하 후보가 초등학교 1학년 여자아이에게 ‘오빠라고 불러보라’고 강요하는 모습은 참 낯 뜨겁다”고 비판하며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야권 공세 vs 민주당 사과…정 대표 “아이와 부모께 송구”
국민의힘 인사들은 영상 확산과 함께 관련 메시지를 잇달아 냈다.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와 주진우 의원도 각각 SNS를 통해 “도대체 평소에 어떤 일상을 사느냐” “부적절한 발언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동훈 무소속 예비후보 역시 페이스북 글을 올려 “처음 보는 50대, 60대 남성 둘이 자기들 어린 자녀에게 저런 행동해도 괜찮으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민주당은 논란이 커지자 정 대표의 사과 입장을 공식화했다. 민주당 공보국에 따르면 정 대표는 “구포시장 방문 과정의 상황과 관련하여 아이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돼 상처받으셨을 아이와 아이의 부모님께 송구하다”고 밝혔다. 즉, 발언 자체의 의도보다도 결과적으로 어린이가 논쟁의 한가운데에 놓인 점을 사과의 핵심으로 제시한 셈이다.
‘아동 성희롱’ 주장까지…선거 국면에서 감정 대립 격화
정치권의 온도차는 빠르게 ‘아동 인권’ 프레임으로 번졌다. 친한동훈(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박정훈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초등학생에게, 그것도 40살도 더 차이 나는 정치인에게 오빠라고 부르라는 건 명백한 ‘아동 성희롱’”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의 이런 모습이야 어제오늘 일도 아니지만, ‘오빠’라고 하면서 맞장구치며 웃고 있는 하 전 수석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논란은 단순한 ‘호칭’ 문제를 넘어 정치 캠프의 소통 방식, 유세 과정에서의 아동 노출 문제로 확장되는 양상이다. 선거 국면에서 상대 진영의 실수를 공격 포인트로 삼는 방식이 강화되는 동시에, 표현의 뉘앙스(관계 설정)와 사회적 인식(연령·성별 격차)에 대한 민감도 또한 높아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보선판 확전…다른 메시지 피켓도 비판 대상
이 같은 ‘오빠 호칭’ 논란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같은 유세 현장에선 또 다른 이슈도 제기됐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하 후보의 경쟁자들은 이날 정 대표의 지원 유세 현장에 몰린 인파 가운데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메시지가 적힌 피켓이 있었던 점을 두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부산 북갑 경선 주자 중 한 명인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은 SNS에서 “구포시장 어머니들의 삶이 아니라 대통령 방탄을 위해 대법원장 탄핵을 외치는 것”이라며 공방을 이어갔다.
즉, 이날 유세 현장은 서로 다른 정치적 메시지가 교차하며 ‘해석 경쟁’이 벌어지는 공간이 됐다. 한 쪽에서는 아동을 둘러싼 표현의 부적절함을 문제 삼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사법·정치 이슈를 둘러싼 현장 메시지까지 끌어와 공방을 확장하고 있다.
무엇이 남았나…향후 대응과 파급 변수
이번 사안의 핵심 변수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정 대표의 사과가 실제 유권자 인식 변화로 이어질지 여부다. 사과는 “아이와 부모에게 송구하다”는 형태로 제시됐지만, 비판 측이 주장하는 ‘강요’ 또는 ‘성희롱’ 프레임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수 있다.
둘째는 보선 레이스에서 ‘표현 논란’이 정책 경쟁을 덮을 정도로 확산될지다. 부산 북갑 보궐선거는 여론의 미세한 변화에도 영향을 받는 경합 지역으로 분류되는 만큼, 캠프는 유세 현장에서의 멘트·행동 가이드라인을 강화하고, 논란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응 체계를 정비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논란은 ‘어린이에게 호칭을 부르는 방식’이라는 사소해 보일 수 있는 장면이 정치권에선 얼마나 큰 파장을 만들 수 있는지 보여준다. 향후에는 정 대표와 민주당의 후속 메시지, 그리고 국민의힘이 어떤 수위로 공세를 이어갈지에 따라 선거 구도에 미칠 영향이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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